시각장애인 위한 점자블록..."따라가면 사거리 한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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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위한 점자블록..."따라가면 사거리 한복판"
  • 이성원 기자
  • 승인 2021.05.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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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익위, 점자블록 실태점검·관리 강화해야
파손된 점자블록 (사진=국민권익위원회)
파손된 점자블록 (사진=국민권익위원회)

[nbn시사경제] 이성원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3년간의 민원을 분석한 결과,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점자블록 위에 전봇대가 설치돼 있거나 점자블록이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중간으로 향해있는 등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오히려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민원분석시스템으로 수집된 ‘점자블록’ 관련 민원이 2,847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그 이전 3년간(‘15.4월~’20.3월) 접수된 1,672건의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로, 무관심 속에 방치된 점자블록의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국민권익위는 국민신문고 및 지자체 민원창구 등을 통해 접수된 민원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범정부 민원분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유형별로 보면 ▴점자블록 파손·훼손(1,257건) ▴불법주차 차량 및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603건)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신규 설치 요구(596건)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325건) 순으로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

먼저, 국민들은 파손·훼손된 점자블록이 그대로 방치돼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것을 가장 우려했고, 실제로 사고를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신고 사례를 보면 점자블록 파손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제보자는 "장애우가 파손된 점자블록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것을 보니 이건 아닌 것 같아 신고했다"고 했다. 

또 불법 주차된 차량이나 다른 시설물이 점자블록을 침범해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점자블록 위에 노점을 설치하고 물건을 쌓아두거나 심지어 점자블록을 무시하고 버스정류장이나 전봇대가 설치된 사례도 있었다.

또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기 어려운 횡단보도나 버스정류장 등 장소에 점자블록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점자블록이 있더라도 설치 방법에 맞지 않게 잘못 설치되어 다시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횡단보도를 향해야 할 선형블록이 교차로 중간으로 향해 있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외에도 설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설치된 점자블록이 다양한 불편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형블록이 횡단보도에서 벗어나도록 설치되어 있다.
선형블록이 횡단보도에서 벗어나도록 설치되어 있다.

점자블록 재설치 요구 사례를 보면 사거리에 있는 선형블록이 횡단보도에서 벗어나도록 잘못 설치되어 있다. 현재 설치된 선형블록을 따라가면 사거리 한가운데로 들어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점자블록은 2가지 신호밖에 없어서 배치가 중요한데, 점형과 선형 점자블록이 뒤섞여 있다.

국민권익위는 ▴지자체별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신고 건에 대해 즉각 조치 ▴점자블록 미설치 지역에 조속한 설치 ▴기준 미비 및 방향 유도에 오류가 있는 점자블록 재설치 ▴지역 주민참여를 통한 점자블록 실태조사 범위 확대 등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양종삼 국민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민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서는 점자블록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관계기관에서 개선 조치가 안 되는 사항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에서 직접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nbn 시사경제, nb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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